몸이 움직일 때마다 어깨 위의 머리카락이 잘게 흔들렸다. 느릿한 손길로 아해를 토닥이던 붉은 것은, 아해가 웅얼거리는 소리마저도 내지 않고 깊게 잠에 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허리를 세웠다. 다정함이 듬뿍 묻어나는 시선과 손길이었으나 나는 그것이 도리어 너무나 깊어 독이 되는 것임을 안다. 붉은 것 역시 그 사실을 익히 짐작하고 있는 듯 했다. 다만 그럼에...
모든 것을 죄다 넘겨 받았으나 제 것이 아니었던 탓에 그가 할 수 있는 건 흉내뿐이었다. 이따금 그 무게에 짓눌릴 것 같으면서도 단 한 번도 제 손에 있는 게 저의 것이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. 정확히는 그럴 수 없었다. 거울 속의 상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흉내내는 것뿐이니. 지지부진 생을 이어가다보면 불현 듯 의문이 들기도 했다. 허면 이 생을 견뎌내...
<Endless, Happy Ending> 뮤지컬 해적 앤메리앤 2차 창작 글/그림 삽화 단편집 A5 떡제본 | 134쪽 (글 91쪽 삽화 15쪽) | 표지 부분 청박 | 18000원 2월 29일~3월 7일 선입금 선입금 마감 이후 바로 주문을 넣고, 책이 도착하면 바로 택배로 발송합니다. 3월 중순 전까지 완료할 예정입니다. · 웹 공개 단편 ...
<Endless, Happy Ending> 뮤지컬 해적 앤메리앤 2차 창작 글/그림 삽화 단편집 A5 떡제본 | 134쪽 (글 90쪽 그림 32쪽 예정) | 표지 청박 | 18000원 예상 수요조사에 따라 가격 인하 가능성 있습니다. 1월 말~2월 초 마감, 2월 중순 통판 예정으로, 마감 이후 선입금을 받습니다. · 웹 공개 단편 3편, 미공개...
* 커미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. (신청 감사합니다!) * 1월 중으로 낼 메리앤 중심 해적 단편집에 실릴 글이에요. 샘플 겸 공개합니다. 프로포즈가 완벽하게 성사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: 첫 번째,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것. 두 번째, 반지는 없어도 되지만 근사한 멘트나 선물은 준비할 것. 세 번째, 낭만적인 분위기를 위한 장소가 있을 것. 사실...
어윈은 종종 ‘그 날’을 생각한다. 그것은 그에게 불가항력이었다.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된 후부터는 늘 그러했다.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어윈은 그 날의 흔적을 마주했고 별 수 없이 생각은 다른 곳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었다. 역사에서 만약을 생각하는 건 무용한 일이지만 어윈에게는 그것만큼 훌륭한 수단도 없었기에, 그는 늘 만약을 생각했다. 이를 ...
거울 안에 홀로 갇히고 나서 나는 내게 남은 것이 오로지 이 몸뚱아리 뿐임을 알았다. 아해와 함께 자라 붉은 색채를 지니고 그 아이의 생 그 자체가 되었으나, 해경은 그를 뺏고 다른 상(像)에게 떠넘기고 말았다. 나는 거울 안을 영영 헤매며 하염 없이 이 소리가 너머에 닿기를 간절히 바랐다. 이곳은 지독히도 삭막하여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내 소리를 듣는...
기울기는 전부 인용입니다. 캐붕 주의. 개인적인 캐해석이 강합니다. 표현이 거침 없고 가감도 없습니다. 윤리적으로 불쾌할 만한 표현과 상황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…. 역사는 좆같은 일 다음에 또 좆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. 데이킨은 럿지가 한 말의 대부분을 듣지 않았지만 그 말 만큼은 제법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었는데, 그 이유는 공교롭게도(그리고 엿 같...
이수경은 평범한 사람이었다. 독자讀自 그 말의 뜻은 이렇다. 첫째 딸로 태어나서 그녀에게 적당히 무관심한 부모님과 아래로 세 살 차이의 남동생이 있었으며,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 나서는 학교를 다니며 남동생을 돌보았다. 부모님은 그때로서는 흔히들 가지고 있던, 여자에게 공부를 시킬 필요가 없다는 고리타분한 고정 관념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었으나 그녀에게 큰 ...
죽는다는 건 생각보다 더 시시한 일이었다. 유언도 없는 조용한 죽음이었으므로 앤은 다만 눈을 감았다가 떴고, 그러자 아주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. 지난한 생에서 마지막 만큼은 고통 없이 보낸 것이 그나마 남은 행운인가 싶었다. 주름 진 손으로 낡은 옷자락을 쥐었다가 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. 가만히 있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었고, 그나마 안개 사이로 ...
뮤지컬 스모크 2차 창작 소설 <불망기不忘記> 웹 발행합니다. 인포와 샘플 ☞ http://posty.pe/12besw
메리 리드의 사형식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. 드문 여자 해적,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해적의 교수형이니 입소문을 타고 그 낯짝이나 구경해보자, 라는 심보로 온 것일 터였다. 대부분은 그를 힐난했고 이해하지 못했으며 비로소 해적의 시대가 끝났다며 쑥덕거리기에 바빴다. 조롱과 비난, 호기심과 분노가 뒤섞인 단두대 아래, 나는 로브를 쓴 채...
시,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/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(진은영,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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